광고설정


AD HERE
이곳은 항상 최상단에 위치하는 배너 자리 입니다.

광고설정


AD HERE

광고설정


AD HERE

광고설정


AD HERE
메뉴 하단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배너 자리 입니다.
[김연희]사랑을 위한 변명
장정희작 꿈꾸는 나무
 

사랑을 위한 변명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사랑을 스쳐 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이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형을 선고합니다.” 

 

등장인물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며칠 전,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으며 그 매력과 사랑에 빠져서 하루를 보냈다. 어느 작가의 책에 인용된 글을 읽고,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떤 상황이었길래 저런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는지 알고 싶었다. 아직 책 때문에 두근두근 설렐 수 있다니! 꽤 괜찮은 기분이다. 

 

이 글에 꽂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당장 사랑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지 않은가? 고독형이라니. 그러나 정작 소설을 읽으며 이 문장은 나에게서 힘을 잃었다. 오래된 연인 폴과 로제의 관계를 설명하는 ’완벽한 안정감과 완전히 익숙해진‘이라는 문장이 훨씬 설득력과 공감이 느껴진다.  

 

소설은 여자주인공 폴과 로제의 오래된 사랑과 폴과 젊은 시몽의 불같은 사랑이 중심을 이룬다. 남자 주인공 로제는 자유로운 성격으로 연인 폴이 있음에도 다른 여성을 만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폴에게로 돌아온다. 폴 또한 이 상황이 비정상적임을 알면서도 로제에게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시간에 전화를 기다리고 식사를 하고 새로울 것 없는 연애를 이어가며, 사랑이라고 믿는다. 로제가 다른 여성과 사랑에 빠졌을 때, 외로운 폴에게 찾아온 젊은 연인 시몽은 폴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하지만 폴이 로제를 여전히 원한다는 것을 알고 헤어지게 된다.  

 

서로를 다시 찾은 폴과 로제. 항상 그랬듯이 저녁 8시, 폴의 전화기는 다시 울리고, 그들의 관계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리며 소설은 끝이 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폴과 로제의 관계가 과연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연인들은 그 익숙함이 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책으로도 출간된 EBS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법칙>에서는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매물비용오류라는 행동경제학을 들어 설명한다. 지금까지 투자한 돈, 노력, 시간이 아까워서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에 냉정하기 이를 데 없는 해석이지만, 사람의 행동과 결정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소설이 계속 이어진다면 저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익숙한 연애를 계속하며, 두 사람 중 누군가가 먼저 ’이제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누군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익숙함과 안정감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원래 남녀 간의 사랑에 이런 속성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더 해 주고 싶고,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밟힌다. 못 보면 죽을 것처럼 아픈 것.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처럼 보이고, 집착도 사랑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일 것 같다. 

 

사랑인지 한 번쯤 현실을 직시해 보면 좋을 텐데, 사랑 앞에 이성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사랑은 같이 불타올랐지만, 헤어질 때는 그 온도가 다르다. 그래서 누군가는 항상 처절하게 상처를 입게 된다. 어쩌면 내 패를 다 보이고, 바닥까지 가 보아야 후회가 없이 돌아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폴과 로제의 관계가 사랑이길 바란다. 하지만 소설 곳곳에 폴의 외로움이 드러나고 있어 답답하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했다. 실제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꼭 사랑뿐만이 아니라, 많은 일에 매물비용오류를 범한다. 나 역시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동안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미련스럽게 계속하던 일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수를 깨닫고 바로 그만두었을 때 입는 손실보다 더 많은 시간이나 경제적인 손해를 보았던 것 같다. 

 

사람의 감정까지 그렇게 계산기 두드리듯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아프지만 손에 들고 있는 것을 완전히 놓아야 할 때가 있다. 비어 있어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놓지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는 결국 시간과 감정 소모만 일으킬 뿐이다.  

 

모든 일에는 원하지 않아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나는 살면서 삶의 진실이라고 느끼는 것이 있다.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의 순간이라는 진실이다. 생각해 보라. 숱한 순간들이 그랬음을 알 것이다. 지금이 그 순간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씁쓸한 사랑 이야기라 맘이 무거워진다. 모두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밤이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광고설정


AD HERE

광고설정


AD HERE
이곳은 모든 서브 메뉴의 하단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배너 자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