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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관점을 달리하면 커지는 관계의 그릇
김연희 작가 (치유글약방, 마음에 길을 묻다)
  

“우리는 어떤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면 그 관계가 실패했다고 여깁니다.” - 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이 문장을 발견하고, 기뻐해야 할지 씁쓸하다고 해야 할지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며칠 동안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이유가 관계, 지속, 실패라는 이 세 낱말 안에 있었다. 그것들이 뒤엉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의 파장 때문이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면티만 입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던 20대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힘들 때 서로 많이 의지하며 하루가 멀다고 얼굴을 보고 많은 것을 함께하며 살았다. 변화무쌍한 것이 삶이라 친구는 다른 지역으로 결혼을 해서 떠났고 나도 내 삶을 살기에 바빴다. 자연스럽게 연락은 뜸해졌다. 가끔 안부를 물어보는 정도의 문자만 오고 갔다. 그런데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는 것은 항상 나였다.  

 

며칠 전, 별일은 없는지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냈다. 글에도 감정이 있다. 그래서 ‘조사’ 하나를 두고 씨름하고, 문장을 어떻게 끝낼지를 고민하며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쓴다. 이 글에 나를 고스란히 담았으니, 그 마음 헤아려주길 바라며 쉼표와 마침표 사이를 오간다.  

 

그런데 답이 되어 돌아온 문자는, 과연 이 안에 정이나 반가움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을까 싶을 정도의 단답형이다. 서운함이 울컥 올라온다. 지금껏 나만 우리 관계에 매달려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인연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다’라고 내게 말했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 말이 믿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올라왔다. 처음으로 이 관계가 더는 지속되지 못 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게 들었다. 아쉬움을 넘어 하나의 인연이 이렇게 끝난다는 서글픔은 마치 중요한 경기에서 진 느낌이었다. 긴 시간만큼 상실감도 컸으리라.  

 

그러다 ‘우리는 어떤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면 그 관계가 실패했다고 여긴다’라는 문장을 만난 것이다. 책에서는 관계가 얼마나 오래가는가, 혹은 어떤 식으로 끝나는가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고 한다. 단지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더는 관계가 필요치 않을 때, 관계 그 자체는 이미 완성된 것이라고 얘기해 준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내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 몇 번이고 읽어본다, 지금 내게 이것보다 확실한 위로의 말이 또 있을까? 

 

우리는 인연 혹은 관계가 오래되었다는 것을 자랑처럼 이야기할 때가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 관계의 깊이도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내게도 있다면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와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시간만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시간과 더불어 실제로 우리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지속시키는 힘은 어떤 경험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현재 내 옆에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은 지금의 내 삶에 인접한 사람들이다. 함께한 다양한 시간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이제 옆에 없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 시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를 괴롭혔던 것은 변해버린 관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었음을 알고 있다. 인연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미련스러움이었다.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어쩌면 친구와 나의 관계는 성공적이지 않았을까? 끝까지 지속되어야 한다는 고집스러운 생각만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친구였다는 것만으로 이미 우리는 충분했다. 내가 만약 친구에게 다시 안부를 묻는다면 우리의 인연은 새로운 관계가 될 것이다. 지난 시간이 아닌 현재를 함께하기 위해 나는 다가갈 것이고 그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어쩌면 글을 잘 쓰는 그 친구의 진심이 담긴 문자를 받을지도 모른다. 설혹 안되더라도 괜찮다.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너를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그럴 수 있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보길 권한다. 추억은 가끔 먹는 별미일 뿐이다. 함께 오래 하려면 현재를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시간을 쌓아야 한다. 만날 수 없다면 전화를 하고 문자로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 마음만 있으면 우린 뭐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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